불황 속에 성장한 AV 산업


일본 AV ,포르노란 거대한 미디어 산업이다. 03년 기준으로 AV 시장은 3천-4천억엔 시장으로 손꼽히며 한 달에 1000편 가량의 작품이 제작되고 이것의 전국에 6000여개의 렌탈숍, 3000여개의 판매점에 유통되고 있다. 1 그 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AV 표지를 만드는 인쇄소, 제품을 운반하는 택배와 인터넷 통신 업체, 작품이 없으면 휴일에 나와 일하는 영화계 종사자들, AV 소속사 등 수 많은 산업과 거미줄처럼 엮혀있는 거대한 공룡 산업인 것이다.

이 같은 일본 AV 산업 의 폭발적인 성장은 일본의 선진국 도약에 따른 부수적인 유흥 문화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패전국의 지위로 떨어진 일본이지만 1950년 한국 전쟁에 따른 낙수효과로 산업 경제에 회생을 보이자 이전보다 형편이 개선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호주머니 속의 돈을 환락과 유흥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서구의 자유주의 물결까지 시류를 타고 편승하니 더 이상 육체와 성에 대한 관심은 터부시되는 것이 아니었다. 음란, 외설의 문화가 싹트며 본격적인 로망 포르노가 제작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풍요속의 빈곤이란 말이 있듯이 1985년 일본은 미국의 슈퍼 301조 압박에 못견뎌 프라자 합의를 체결하며 극단적인 엔화 절상으로 국내 수출 산업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때부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발생하며 사회 전반에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기운이 싹트기 시작하는데 취업도 결혼도 연애도 포기하는 한국의 3포 세대의 원조는 사실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다.

사회 동력이 이처럼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전후 세대에 태어난 건담 문화로 대표되는 2,30대 젊은 층들은 현실의 시름을 잊기 위하여 무중력의 건담과 같은 애니메이션에 심취하고 더 나아가 AV, 에로 문화에 탐닉하면서 비참한 현실과 대비되는 가상 미디어 문화에 종속되고야 만다.

이처럼 일본 AV 산업은 불황 속에서 성장하였다. 여기에 1인 가구의 증가, 가전제품의 보급 등이 일본 특유의 가부장적인 문화와 더해지며 어려운 내수 경제임에도 AV 시장은 해마다 상승하여 “일단 찍기만 하면 팔린다” 는 말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횡횡할 정도로 당시까지 일본 AV 산업 은 건재했던 것이다.2

 

동력의 소멸, 위기의 직면


과거엔 AV 산업은 절대 망하지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으나…

그러나 이런 일본 AV 산업 성장은 곧 한계에 봉착하고야 만다.  SPA 조사에 의하면 성인 비디오 전체 규모는 십 년전과 다를바없이 4~5천억엔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실제 순수 일본 정규 AV시장은 500억엔 정도로 추측된다.3 

특히 업계의 양강 구도로 일컬어지는 SOD와 WILL(=CA)의 이익이 각각 150억엔이라 이 두 회사를 제외하면 전체 AV 업계의 이익은 적은 것이다. 나카무라 야스히로가 지적한 바대로 최근 십 년간의 AV의 흐름은 소수 회사의 유통 과점화 현상이다.

이후 필자가 서술하겠지만 비데륜계 렌탈과 셀의 대립 시대가 종말을 고하며 승리자인 셀 메이커로 매수, 그룹화되기 시작하면서 AV 업계의 과점화 현상이 점철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들이 전체 시장의 7-8할을 잠식하면서 영세 메이커들이 점차 위축된 끝에 AV도 특정 재벌 회사에 의한 독점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한 몫 더하여 특정 배우의 과점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애시당초 AV 산업이란 것이 여성을 매입하고 남성에게 판매하는 식의 인신 교환적 성격을 띄는 산업인데 출연 여성을 일종의 건전지 취급하면서 수익이 저조하면 버리고 수익이 나면 특정 배우에게 의존하는 식의 경향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것이다. 최근 들어 특정 배우들의 수명이 크게 연장되면서 이들이 은퇴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들도 소위 안전한 소재에 배팅을 걸고 수익을 바라려는 업계의 안존하는 성향이 심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각 제작사들의 수입이 감소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불법 복제가 판을 치는데다 제품 단가도 VHS 시절보다 낮아지니 수익이 감소하게 되었고 더 이상 예전처럼 대형 소재, 신선한 도전 등에 사활을 걸고 고객을 유치할 수 없게 되버렸다. 또한 수입 감소는 자연스럽게 제작진, 배우의 개런티 하락으로 귀결되었다. 

여기에 더해 2014년에 그동안 묵혀두었던 AV 여배우의 인권 착취가 온 세상에 공표되면서 AV 업계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기에 이른다. 휴먼 라이츠 나우와 같은 여성 인권 단체들의 집중 포화로 인해 현 AV는 표현 규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외설성의 기준이 이전보다 크게 강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일본 AV 산업이 가지는 구조


한국의 IMF 위기를 외신에선 위장된 축복으로 표현했다. 위기를 기회로 기업구조조정, 개혁이 이루어지며 DJ 이후 성장 동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AV는 어떨까? 산업에 닥친 위기를 그들은 기회로 바꿀 수 있는가

AV의 역사란 인간의 혼탁한 욕망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나 현대 사회에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잠재된 열등의식은 늘 클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일종의 섹스에 대한 기형적인 남근 성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은 AV를 통해 잠재된 욕망과 끊임없이 합의와 중재를 반복하며 소비를 해도 해결할 수 없는 원초적인 심리적 공허함을 가진다. 이것이 AV가 소비재이면서 소비재가 아닌 특성이다.

특히 시대가 흐를수록 어느 정도 사회비판 요소를 담고 있던 AV의 외설 수위는 브레이크 없이 치달으며 이젠 각본이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다소 극단적인 양상을 띄게 된다.  여기에 감추어진 사회적 문제와 노동 문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이젠 AV가 단지 필요악이니 본능이니라는 말로 묵과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서게 되었다.

이 외설과 합법의 불안한 외줄 타기에서 놓여있던 AV는 그 성격이나 기준이 지극히 모호했다. 따라서 역사를 통해 우리가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AV가 정말 올바른 포르노가 맞는 것인지 그 의문부터 재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AV를 단순히 언더그라운드 영역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가, AV가 욕망에 기초하고 있다면 반대로 AV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없는지 또한 올바름의 사회적 정의는 무엇이며 AV는 그 위에 기능할 수 있을지 등 과거의 기준에 비춰 현재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AV란 도대체 무엇일까?

 

  1. 이노우에 세쓰코, 『15조원의 육체산업』, 씨네북스, p.5[]
  2. 나카무라 야스히로, 『AV 비즈니스의 충격』, 소학사, 1부 “…AVが膨張して、まだまだ怪しい魅力を 放っていた違法メディアが加わり、市場がカオス状態だった1995~2002年 あたりである…”[]
  3. 나카무라 야스히로, 『AV 비즈니스의 충격』, 소학사, 1부 “…すでに2年以上前からAV業界は右肩下がりで、簡単にはDVDが売れなくなっ 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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